


룰러, 꿈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다
LPL에서의 성공적인 활약을 보여준 LoL e스포츠 전 세계 챔피언 룰러(Ruler)가 2025년 LCK에서 젠지(Gen.G)로 돌아온다.
모두가 꿈을 이루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e스포츠 선수들만큼 꿈을 향한 집념이 강한 이들도 드물다.
LoL e스포츠의 선수라면 누구나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최고의 타이틀을 차지하길 꿈꾼다.
박 ‘룰러’ 재혁은 2017년 소속 팀인 삼성 갤럭시(현 ‘젠지’)와 함께 SKT T1을 꺾고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꿈을 이루었다.
그러나 룰러와 같은 선수들에게는 한 번 꿈을 이룬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가장 높은 산에 오른 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선택지는 단 하나, 더 높은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LPL에서의 룰러의 성장 스토리
젠지와 함께 세계 챔피언에 오른 이후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뒀지만, 룰러는 2022년 말 자신의 커리어 대부분을 바친 팀을 떠나 LPL 리그의 징동 게이밍(JDG)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당시 팬들과 전문가들 모두 이 결정에 크게 놀랐지만, 그는 젠지라는 익숙한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을 증명해 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나 자신을 증명하고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우승해야만 한다고 느꼈어요.”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자신을 증명해냈다.
JDG 팀에서 활동하며 두 번의 LPL 우승과 첫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타이틀을 차지하며, 룰러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LPL에서의 플레이 스타일은 LCK와 완전히 다릅니다.” 룰러의 말이다.
“LCK 팀들은 맵 로테이션과 플레이메이킹, 그리고 팀 단위의 움직임이 보다 철저하게 이뤄집니다.
자신들의 차례가 왔을 때 강하게 몰아붙이고, 상대 차례에는 예의를 지키며 게임의 ‘턴 베이스’ 규칙을 준수하죠. 반면 LPL에서는 사소한 미스플레이나 위치 선정 실수조차도 더욱 가차 없이 응징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들은 작은 교전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죠.”
“제가 이걸 확실하게 느꼈던 때가, 아시안 게임에서 팀 코리아 선수로 출전했을 때예요. 같은 공간에서 훈련할 때, LPL을 경험한 카나비(Kanavi)와 저는 LCK 리그의 네 선수(제우스(Zeus)/페이커(Faker)/초비(Chovy)/케리아(Keria)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때 비로소 LPL의 스타일이 제 플레이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깨달았죠.”
“저에게 젠지는 언제나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룰러는 젠지로의 복귀를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표현했다.
“솔직히 젠지에 다시 합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는 말했다.
“제가 떠난 뒤에도 팀은 정말 많은 우승을 거두었고, 특히 국내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어요.
그래서 LCK의 1번 시드로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했죠. 해외 성적은 국내만큼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팀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룰러는 웃으며 덧붙였다. “저도 LPL과 MSL 우승을 따냈고요. 경쟁심 어린 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젠지가 저 없이 잘 못하길 조금은 바랐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잘해줘서 정말 기뻤습니다.
너무 잘하는 팀이었기에 제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운이 따라줬고 이렇게 다시 함께하게 되어 정말 설렙니다.
저에게 젠지는 언제나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2025년 룰러는 27세가 되었다. LoL e스포츠에서 가장 나이 많은 현역 선수 중 한명인 그가 젠지와 3년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많은 팬과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룰러에게 있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지금으로선 프로 선수로서 3년 정도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말했다.
“그래서 젠지와의 장기 계약이 저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3년 후에도 제 실력이 그대로라면 당연히 계속할 겁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성과입니다. 그건 저도 팀도 마찬가지예요.
젠지가 제안한 성과 기반의 인센티브는 아주 매력적이었고, 저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계약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룰러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
경쟁이 치열한 LoL에서 룰러는 진정한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이다. 프로 선수들이 꿈꾸는 최종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공이란 무엇일까?
목표를 이뤘다고 해서 꿈꾸던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에는 우승을 향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확고한 이유나 목표는 없습니다.” 룰러는 말했다.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저의 일상이 됐어요.
잠잘 때도 매번 같은 꿈을 꾸진 않잖아요.
서머너즈 컵을 들어올리던 순간은 정말 꿈 같은 순간이었죠. 그걸 다시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싶어요.
모든 프로 게이머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입니다.
저 역시 늘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추구하고 있기에, 우승했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룰러에겐 서머너즈 컵을 들어 올리던 순간은 그의 여정 중 한 부분일 뿐이었다.
어쩌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그 자체에 진정한 가치가 있으며,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 번의 우승에 안주하지 않는다.
달콤한 우승의 순간 하나로 평생을 살 수는 없기에, 선수들은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한다.
“저에게 성공이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모든 배움과 깨달음이라고 생각해요.” 룰러의 말이다.
“과거엔 그저 LoL을 사랑하던 평범한 아이였어요. 사회에서 어른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죠.
당연히 학교나 회사와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저는 프로 생활을 통해 사회에서 어른으로 살아가는 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다른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게임에서 얻은 배움들, 성과를 내기 위한 자기 관리, 그리고 좋아하는 걸 하며 많은 돈을 버는 것 모두가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요소입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거예요.
그리고 이런 성공들이 쌓여 결국 꿈을 실현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 룰러는 마침내 LCK로 화려하게 복귀할 예정이다.
마치 2016년 데뷔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제는 목표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처음 데뷔했을 때에는 롤드컵에 나가 우승하는 게 유일한 목표이자 꿈이었어요.”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2년 만에 LCK로 돌아와 젠지 소속으로 플레이하게 되니, 처음 데뷔하던 시절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긴장도 되지만, 신인 시절 느꼈던 짜릿한 설렘이 다시 살아나요.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독 롤드컵에서 다시 우승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요.
올해의 목표는 분명해요. 제 경기를 보는 모든 분들이 정말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와, 젠지는 경기마다 다 레전드네. 다음 경기는 또 언제야? 젠지 게임 빨리 보고 싶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제 게임을 보며 열광하게 하고, 결국 팬으로 만들고 싶어요.”
눈앞에 다가온 2025 LCK 시즌은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LCK 리그에서, 룰러는 다시 한번 꿈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고국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열정의 결과물은 앞으로의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다.